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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사 선택

#3. 군복무 (병사 VS 장교) part 2 (feat. 후보생 삶)

by Eric87 2020. 10.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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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복무를 좀 더 계획적으로 하는 방법에 대해서 알아보았습니다. 이 나라에 태어난 이상, 징병제가 없어지지 않는 이상 제 아들이 군대를 가야 할 시기가 온다면 저는 병사가 아닌 장교로 가는 것을 적극 푸시할 것 같습니다. 두 방법 모두 장단점이 있지만 아무래도 장교로 복무를 하는 것이 앞날을 살아가는데 도움이 많이 될 것 같습니다. 장교의 장점은 part 1에서 설명을 했으니 넘어가겠습니다. 이번 포스트에는 제가 선택한 학군장교 후보생에 대해 이야기해보겠습니다.

 

ROTC

 

난 이것 때문에 학군장교 후보생이 되었다.

 

 

고등학생 때 사관학교 시험을 준비하면서 군대에 대해 잠깐 생각해보았습니다. 그때는 군대가 너무 부조리하고 인생을 낭비하는 시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내가 왜 군대를 가야 돼? 남자라면 모두 가니깐? 알아보면 알아볼수록 대우도 안 좋고 군대의 부정적인 이미지뿐이었습니다. 심지어 군인이 꿈인 친구들이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군대는 피하는 것이 최선이다라는 결론을 내리고 난 학자의 길을 갈 것이다고 다짐했습니다. 대학교를 가면 대학원까지 진학을 해야지 하고 생각을 하고 졸업을 했습니다. 대학생 1학년이 지나고 2학년이 되었을 때 공부를 하려면 돈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병사로 가게 되면 그 당시 병장 월급이 8만 원도 안되었는데 2년의 시간이 너무 허무했습니다. 차라리 알바를 하는 게 훨씬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던 중에 ROTC선배들이 보였던 것입니다. 장교로써 백만원 중반정도 되는 공무원 월급을 받으면서 병역 처리를 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였습니다. 군 복무를 하면서 월급을 받는다 이것만 생각하고 ROTC 지원을 했습니다.

 

 

학군단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학점과 체력시험이 일정 수준 이상이 되어야 합니다. 1학년 학점은 평균 이상이었고 태권도 동아리 활동을 하고 있었기에 체력시험도 평균 이상으로 무난히 통과했습니다. 여전히 군대에 대해 회의적인 마음뿐이었고 어려움 없이 학군장교 후보생이 되다 보니 귀찮고 너무 하기 싫었습니다. 학군 단복을 받는 날 어리숙한 교관의 일처리에 지루하고 짜증 났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관둘까라는 생각을 정말 많이 했습니다. 하지만 그냥 병사로 가면 대학원을 갈 수 없다는 생각에 버텨서 장교로 군 복무를 마치자고 다짐했습니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기 위해 지금 이 선택이 최선이다라고 결론을 내리고 이왕 할 거 남들보다 더 열심히 하자고 생각했습니다.

후보생 생활은 깡으로 버텨야 한다.

 

 

학군장교 후보생 대학 3, 4학년을 전공수업과 군사훈련을 병행하면서 다녀야 합니다. 후보생은 휴학이나 자퇴, 편입으로 학교를 떠나는 순간 자격이 박탈되고 방학때마다 4주간 훈련소에 입소하여 훈련을 받아야 합니다. 겉으로 보기엔 제복을 입고 007가방을 들며 당당하게 걷는 ROTC가 멋있다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후보생 1년차는 신입생보다 더 눈치를 보면서 학교를 다녀야합니다. 2년 차들이 눈을 시퍼렇게 뜨면서 1년 차를 보고 작은 꼬투리를 잡으면 기합을 줍니다. 생각하면 웃음밖에 안 나오지만 덜 성숙한 선배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학군단에는 명예의원이라는 제도가 있습니다. 대학별로 전공이 다르니 단과대학별로 대표 후보생을 선발하여 운영하는 방식입니다. 저는 공학계열 명예의원을 자진해서 생활을 했는데 언제나 대표인 만큼 항상 선배들의 타격이 되었습니다. 대학 3학년 생활은 고되었지만 많은 것을 느낄 수가 있었습니다. 내성적인 성격임에도 불구하고 후보생들 앞에 나서서 의견을 조율하고 교단에 올라서서 이야기를 하고 내 지휘에 부대가 움직였을 때 온몸에 흐르는 전율이 아직도 잊히지가 않습니다. 육체적으로는 많이 힘들었지만 내적으로 많이 강해지는 시기였던 것 같습니다.

 

 

가장 힘들었던 것은 하계훈련입니다. 가장 뜨거운 7월과 8월은 진주에 있는 장교 교육대에 들어가 4주간 군사훈련을 받는 시기입니다. 외부와 단절되어 있고 장마가 오기 전 매일 야외 학과 수업과 야간에는 군사교육을 들으면서 버텨야 했습니다. 남들은 방학에 해외여행이나 여러 의미 있는 경험을 하는데 후보생들은 뜨겁게 달궈진 연병장이나 아스팔트 위에서 굴러다니고 기어다고 있어야 합니다. 사격장까지 뛰어가고 화생방 가스체험을 하고 유격훈련을 합니다. 거기에 습하고 무더운 날 행군까지... 더 최악인 건 4학년이 되면 또 와서 해야 한다는 것이죠. 그나마 위안이 되는 것은 훈련을 받는 동안 소정의 금액을 지급합니다. 사관학교와 다르게 학기 중에는 품위 유지비가 없지만 훈련소에서 군사훈련을 받는 기간에는 사관학교와 동일한 금액을 한달 지급합니다. 제가 있을 당시에는 약 25만원의 월급을 받았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지금은 더 받겠죠? 4주간 훈련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목이 쉬고 얼굴과 팔은 검게 그을려 있습니다. 힘들게 장교가 되었으니 자부심이 있을 것이다라는 생각은 조금도 없었습니다. 저에겐 그저 전역하는 날만 바라보면서 모든 훈련을 버티고 모든 고생을 버텼습니다.

더럽게 뜨거운 군인 생활도 끝이 나더라

지금은 전역을 하고 예비역 훈련도 더 이상 훈련소에 가지 않을 정도 시간이 많이 지났지만 20대 초에 그렇게 보낸 시간이 그래도 나름 가치가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전역 후에 모아둔 월급으로 대학원에 갔고 강한 체력으로 지금까지 건강하니깐요. 군대를 앞두고 있는 젊은 청년들에게 말하고 싶습니다. 아무 생각 없이 흘러가는 대로 그저 그런 군 복무를 하는 것보다는 열심히 고생한 만큼 경제적으로든 신체적으로든 내적으로든 값진 결실을 거둘 수 있도록 열정적으로 20대를 보내기를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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